김태형 롯데 감독은 최근 타격 부진에 빠진 주전 1루수 나승엽이 1군에 머물며 타격감을 되찾길 바란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내년에도, 앞으로도 우리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해야 할 선수잖아.”
롯데 자이언츠는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를 대폭 변경했다.
베테랑 정훈과 타격 부진에 시달리던 내야수 전민재, 박찬형 등 3명이 동시에 말소됐다.
말소의 배경에는 지난해 주전 내야수로 거듭난 고승민, 손호영, 박승욱 등 3명이 한꺼번에 올라온 영향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타격 침체가 길어진 전민재, 박찬형에게 숨 고를 시간을 준 김태형 롯데 감독의 뜻도 적잖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최근 롯데에선 타격 부진에 빠진 이가 전민재, 박찬형뿐만은 아니었다.
7월 월간 타율로 보면 전민재(0.111), 박찬형(0.256)만큼 나승엽(0.138)의 부진도 심상치 않았다.
김 감독은 “(전)민재는 타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이 보였고, (박)찬형이는 상대의 전력분석이 나오니 강하게 치려는 모습이 보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나승엽은 1군에 두고 경기 감각을 살리려는 계획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나)승엽이는 1군에서 기용해야 할 선수”라고 답했다.
롯데 나승엽이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 도중 1루에서 공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주전 1루수인 나승엽을 말소하면 내야진 구상이 적잖이 틀어지는 영향도 컸다.
김 감독은 “승엽이가 (2군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이 만약 온다면 그땐 결단을 내릴 수도 있겠지만, 당장 (타격이) 안 맞는다고 해서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승엽이가 빠지면 1루수로 뛸 선수는 (고)승민이밖에 남지 않게 되는데, 승민이가 1루로 가면 (한)태양이를 또 3루로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나승엽을 믿고 기용하려는 이유는 비단 내야진 구상 문제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그는 “승엽이는 지금 좀 못 친다고 해서 2군에 보낼 선수는 아니”라며 “내년에도, 앞으로도 우리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이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1순위로 입단한 나승엽은 덕수고 시절부터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의 관심을 적잖이 받았을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지닌 선수다.
병역의무를 마친 뒤 첫 시즌에 나선 지난해에는 데뷔 후 가장 많은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 7홈런, 6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0의 활약으로 잠재력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확고한 주전 1루수 겸 중심타자로 발돋움한 채 출발한 올 시즌에는 팀의 4번타자로도 나서며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5월(0.195) 부진에 따라 한 차례 말소된 뒤에도 6월(0.200)과 7월(0.138) 계속된 침체로 고개를 숙인 날이 많았다.
김 감독은 풀타임 2년차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승엽에게 확고한 신뢰를 보내며 중심타자 육성에 나선 분위기다.
이제는 나승엽이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차례다.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최근 김 감독이 나승엽의 반등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22일 경기의 9회초 대타로 교체출전한 나승엽이 키움 마무리투수 주승우와 2B-2S의 승부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기 전 타석 대응이 좋았다는 평가다.
김 감독은 “승엽이가 이때 공에 맞긴 했지만, 타이밍이 괜찮았다. 그래서 좀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척|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고척|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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