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참 맛있다” BMW M235 xDrive 그란쿠페[타봤어요]

“운전이 참 맛있다” BMW M235 xDrive 그란쿠페[타봤어요]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스포츠 모드’를 켜자 그동안 잠들어 있던 드라이버 본능이 깨어났다. 실내 차분한 푸른빛의 인터페이스는 공격적인 주황색으로 바뀌고, 부드럽게 터져 나오는 배기음은 심장박동과 공명을 이룬다. 아스팔트를 훑는 듯한 속도감이 온몸을 휘감으면서도 흥을 깨는 흔들림은 없었다. 운전이 ‘맛있다’는 감각이 발끝을 타고 올라왔다.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 외관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더욱 강력해진 주행 성능과 더불어 편의 사양을 갖추고 이달 출시된 컴팩트 세그먼트 모델,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를 직접 시승해봤다. 서울 명동역에서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까지 약 59㎞ 구간을 달렸다. 차량 흐름이 느린 도심에서는 민첩하고 유연한 주행감을, 드나드는 차량이 드문 공항고속도로에서는 고속 주행의 짜릿한 쾌감을 제대로 누릴 수 있었다.

한국 시장은 전통 쿠페에 험지로 통한다. 뒷좌석이 좁고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족 중심 소비를 하는 운전자들이 선택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에 팔리는 전통 쿠페는 수백대에 그칠 정도. 이 때문에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는 쿠페 라인업을 축소하거나 단종시켜 왔다. 하지만 BMW는 다르다. 운전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좇는 소수의 수요층을 위해,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위해 쿠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 외관 (사진=BMW 코리아)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의 외관은 보자마자 ‘마른 근육’이라는 표현을 연상케 한다. 매끈한 루프라인과 낮은 전고, 차체 비율은 날렵하지만 그 위에 선명하게 그어진 캐릭터 라인은 탄탄한 느낌을 더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보기 드문 4개의 배기구와 붉게 물든 M 스포츠 브레이크 캘리퍼는 언제든 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없이 보여준다.

내관도 인상적이다. 붉은색 포인트 인테리어는 ‘스포티’라는 단어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송풍구를 따라 은은하게 빛나는 ‘일루미네이티드 메탈 트림’은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건 가죽 소재 베간자를 혼합한 내장 마감, 착 감기는 그립감의 M 스포츠 스티어링 등 피부 닿는 곳 어디든 쫀쫀하면서도 매끄러운 느낌은 차와 몸이 하나 되는 몰입감을 더한다.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 인테리어 (사진=이배운 기자)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숨길 수 없는 매력이 발산된다. 최고출력 31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2.0L M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자동 변속기의 조합은 저속에서도 부드럽고, 고속에선 매섭다.

드라이브 모드는 스포츠, 이피션트(Efficient), 퍼스널(Personal) 3가지. 일상 주행에 적합한 이피션트 모드에서도 충분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지만,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드라이빙 감성이 단번에 폭발한다. 배기 사운드는 ‘그르렁’하는 부드러운 굉음과 함께 살아나고,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즉각적으로, 스티어링은 묵직하면서도 세밀하게 바뀐다.

핸들 뒤 ‘부스트’ 레버를 당기면 10초간 폭발적인 가속이 가능하다. 전방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시속 200㎞까지 치솟는 동안에도, 차량은 마치 시속 100㎞로 달리는 듯 자잘한 진동이나 흔들림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부드럽게 질주한다.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 인테리어 (사진=이배운 기자)

그러나 쿠페 특유의 한계는 아쉬운 입맛을 다시게 한다. 태생적으로 뒷좌석이 좁고 천장도 낮은 탓에 키가 170㎝만 넘는 동승자는 중·장거리 주행에 여러모로 피로감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 공간도 430ℓ로 동 가격대 차종에 비해 넓지 않아 캠핑 용품 등 많은 짐을 실어야 하는 운전자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또한 낮은 전고와 제한된 전방 시야는 고속 주행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요소지만, 도심의 복잡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진땀을 유발한다. 폭이 좁은 지하주차장의 급커브를 내려갈 때마다 차폭을 가늠하지 못하고 연석을 긁을까 조마조마했고, 각종 주차 차량과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튀어나오는 좁은 길에서도 운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 뒷좌석 (사진=이배운 기자)

그럼에도 충실히 갖춰진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기능은 이 같은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한다. 사방을 비추는 주차 어시스턴트는 제한된 시야를 보완해주고, 차선 변경 및 사각 경보 시스템, 후방 충돌 경고 등도 충실하게 작동한다. 티맵 기반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해 경로를 안내하고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연동 완성도도 높다.

실제 연비는 10.4km/ℓ를 기록했다. 2000cc 이하 모델 가운데 출력이 300마력 이상인 M 퍼포먼스 차량이라는 점, 그리고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성능 테스트에 초점을 맞춘 주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BMW M235 xDrive 그란 쿠페 내비게이션 (사진=BMW 코리아)

제한 속도가 낮고 과속 단속이 촘촘한 도심에선 이 차의 퍼포먼스를 온전히 꺼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운전 그 자체를 즐기고 주행에 몰입하고 싶은 ‘드라이빙 소울’을 품은 운전자라면, M235 xDrive는 실속 있는 ‘펀카(Fun-Car)’ 또는 ‘세컨드 카’로 손색이 없다. 가격은 6240만원. 고성능 M 브랜드, 잘 갖춰진 내외관, 디지털 편의 사양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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