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시내버스에 음료를 들고 타려던 승객이 탑승을 막는 버스 기사를 향해 욕설하고 급기야 대변을 보다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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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내버스 기사인 50대 남성 A씨는 지난 24일 JTBC ‘사건반장’에 “시내버스 운행을 30년 동안 해왔고, 술에 취한 승객과 시비가 붙은 적은 한 두 번 있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남성 승객 B씨가 음료가 담긴 일회용 컵을 들고 버스에 올라타자 A씨는 시내버스 음료 반입 금지 규정에 따라 탑승을 막았다.
하지만 B씨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고 A씨의 하차 요구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았다.
결국 A씨는 버스를 세워둔 채 경찰에 신고했는데, 이때 B씨가 욕설을 하면서 운전석으로 다가왔다.
A씨는 “(B씨가) 저한테 욕까지 섞어가면서 운전석 쪽으로 왔다. (그러더니) 손을 제 쪽으로 넣어서 눈을 몇 차례 찌르고 실제로 눈을 찔리기도 했다”며 “(B씨가 들고 있던) 음료 잔을 저한테 막 던질 것처럼 눈앞에 계속 갖다 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A씨는 “하지 마세요. 이러면 나중에 후회합니다”라며 말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A씨는 “이 양반(B씨가) ‘안 되겠다’ 하면서 의자에 잠깐 앉는 것 같더니 바지춤을 막 내리면서 앞으로 오더라. 그러더니 제 바로 밑에 쭈그려 앉아서 대변을 봐 버렸다”며 “진짜 그때는 아무 말도 못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침 그 와중에 경찰이 와서 그걸 보고 기겁을 하고 그 남자(B씨)한테 ‘왜 그러냐’고 했는데도 제어가 안 되더라”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B씨는 경찰에게 휴지를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이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버스에 들고 탄 음료를 마시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B씨가 내린 뒤 A씨는 해당 버스에 승객을 태울 수 없어 차고지까지 1시간가량 몰고 갔고, B씨의 대변을 직접 치워야만 했다.
그 이후에도 버스 운행을 이어간 A씨는 “승객 눈을 못 마주치는 등 대응하기 어렵고 시각적, 후각적인 것들이 그대로 떠오르니까 도저히 운행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현재 A씨는 회사에 휴가를 요청해 쉬는 중이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A씨는 24일 피해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A씨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을 운전자 폭행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대전에서 주행 중인 시내버스에서 흡연하다 이를 말리는 기사를 때리고 기사 얼굴을 향해 소변까지 본 50대가 운전자 폭행과 공연음란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되기도 했다.
운행 중인 기사를 폭행하면 최고 징역 5년 형까지 가중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대전에서 버스 기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60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등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