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비닐로 결박한 채 벽돌과 함께 지게차로 들어올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해당 장면이 단순한 장난이 아닌 명백한 가혹행위라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24일 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확보한 58초 분량의 영상에는 하얀 비닐로 온몸이 감긴 이주노동자 A 씨가 벽돌 더미와 함께 지게차에 실려 공중에 들어 올려지는 모습이 담겼다. A 씨는 전신이 벽돌과 함께 단단히 결박돼 있었고 발 디딜 곳 없이 공중에 매달린 상태였다.
현장에는 여러 명의 동료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 속 한 남성은 A 씨에게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다그치는 장면도 담겼다. 피해자 A 씨는 당시 묵묵히 매달린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이 영상은 이달 초 공장 내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반복적인 괴롭힘 끝에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노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에는 A 씨를 포함해 20여 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분노와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 “사람을 벽돌처럼 다루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산업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느냐”, “지게차로 사람을 들어 올리고 비웃는 모습이 너무 잔인했다”는 등 비판이 잇따랐다. 일부는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고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가해 노동자들은 ‘장난이었으며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밝혔으나 피해 노동자는 심적 충격이 아주 큰 것 같다”며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 속 지게차 운전자는 “입이 열 개 백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너무 너무 죄송하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생각도 못했다. 피해자한테는 사과했다. 피해자가 용서할 때까지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해 노동자는 올해 31세로 지난해 말 이 공장에 취업했다. 한국어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24일 나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가해 노동자들의 경찰 고발을 예고했다. 단체 관계자는 “이주노동자를 사람 아닌 도구처럼 취급하는 반인권적 행위”라며 “이 사건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산업현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이주노동자 차별 구조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