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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구 1500만 명,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펫팸족(Petfam)’의 증가와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 확산 속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인식이 일상화하며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먹거리부터 건강 관리, 장례 서비스까지 반려동물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며, 정부는 2022년 약 8조 원 규모였던 반려동물 산업이 2027년에는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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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장, 펫푸드 고급화 속 고속 성장 중
반려동물 시장은 다양한 범주로 구성되며,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분야는 펫푸드(반려동물 먹거리)다. 한국의 펫푸드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17억 1천만 달러(한화 약 2조 원)로 추정되며,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8.6%의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약 25억 8천만 달러(한화 약 3조 5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는 사람도 섭취할 수 있는 수준의 고급 식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전용 기능성 영양제나 프리미엄 간식 시장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특히, 홍삼이 함유된 반려동물 간식처럼 기능성과 고급화를 동시에 추구한 제품들이 등장하며 시장의 고급화에 가속이 붙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펫보험 시장 확대의 동력
반려동물은 현재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보호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도 반려동물 전용 보험 상품(펫보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펫보험은 사람의 실손보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반려동물의 질병 및 사고 치료비를 보장하며, 수술비, 입원비, 검사비, 약제비 등을 포함한 다양한 항목을 보상한다. 일부 상품은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를 대비한 배상책임 보장까지 포함하고 있어, 펫보험의 보장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펫보험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 라이프스타일 기반 서비스 확대
반려동물의 기본적인 생존 요건이 충족됨에 따라, 이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했지만, 최근에는 수의사와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도 가능해졌고, 자가 건강 체크 키트를 통해 반려인이 직접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을 위한 유치원, 장례 및 추모 서비스, 사료 및 간식의 정기 구독 서비스 등 반려인의 편의성과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이는 맞춤형 서비스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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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성을 동반한 비용의 증가
이러한 변화는 반려동물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정서적 유대와 생활을 공유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로, 향후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및 맞춤형 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동물도 누릴 수 있다라는 인식이 확장되면서 비용적, 심리적인 부담 역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5년 6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생애 지출 규모는 해마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려가구는 월 양육비(병원비나 건강관리비, 상해 및 질병 치료비를 제외)로 평균 19만 4천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금액은 지난 조사(2023년) 대비 4만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그리고 최근 2년간 치료비 지출액은 102만 7000원으로, 지난 조사(2023년)와 비교해 2배 가량 증가했는데, 치료 경험이 있는 가구만 놓고 보면 2년간 치료비로 146만3000원을 지출, 2023년 보다 67만6000원이 증가했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장례비용으로 46만 3천원을 지출해 2023년(38만원) 대비 8만 3천원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반려동물 장례 방법에 대해서는 ‘직접 매장’은 12.5% 에 불과한 반면, 유골을 보석 형태로 만든 ‘메모리얼스톤'(21.8%) 이나 ‘동물병원에 장례를 의뢰’(14.9%)하는 등 장례 형태가 다양화 되면서 장례비 지출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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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의 성장, 그 이면을 돌아봐야 할 때
반려가구의 91.7%가 펫보험을 알고 있음에도 가입률은 단 12.8%에 그치고 있다. 주요 이유는 보험료에 대한 부담감이며, 여기에 더해 반려동물의 나이나 품종에 따른 가입 제한, 동물병원의 비급여 비중, 병원 간 진료비 편차 등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이로 인해 실제 보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그에 발맞춰 관련 산업 역시 급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서비스 질은 높아졌고 선택지도 넓어졌지만, ‘내 가족인 반려동물에게 혹시 내가 충분히 해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정서적 압박이 반려인의 소비를 자극하고 있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이 서비스는 정말 반려동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반려인의 만족감을 위한 것인가란 고민과 함께, 단순히 시장 확대나 소비 촉진이 아닌, 동물의 복지와 반려인의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성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겠다.
- 임소민 기자 limj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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