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진심을 담아내는 홍나현, “실수도 무대의 일부예요” [대배우]

무대 위 진심을 담아내는 홍나현, “실수도 무대의 일부예요” [대배우]

◈ 커튼콜 너머, 배우들의 진심과 삶을 만나다. [대(학로)배우] 시리즈

뮤지컬 배우 홍나현의 연기 철학은 단순하지 않다. 대사를 놓치더라도, 소품이 바닥에 떨어져도 그는 그 순간을 무대 안으로 끌어안는다. 무대란 ‘정답’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진심’을 주고받는 공간이라는 믿음이 그의 중심에 있다.

“한 번은 연필을 책상에 올려두려다 실수로 떨어뜨린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이 고립된 공간 속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무대는 일부러 기울어진 구조로 설계돼 있었거든요. 그 순간 문득 떠오른 대사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어요. 그냥 주워들지 않고 ‘정말 기울어졌네요’라고 자연스럽게 연결했죠. 관객분들이 오히려 더 집중해주셨어요.”

홍나현에게 무대는 유기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생생한 공간이다. 실수조차도 캐릭터의 감정선으로 끌어안는 태도는, 그가 무대 위에서 얼마나 진심을 다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어린 시절부터 ‘정답’보다 ‘순간의 진실함’을 좇아왔다.

그 시작은 초등학교 뮤지컬 동아리에서 맡은 ‘충치’ 역할이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하얀 이’를 원했지만 충치를 맡게 된 그는 처음엔 속상했다. 하지만 막상 무대에 서보니 느껴지는 짜릿함이 그를 사로잡았다.

9살, 그는 수업 발표 시간에 당당히 “제 꿈은 뮤지컬 배우입니다”라고 외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어릴 적부터 무대를 향한 길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예술중학교 진학은 부모님의 권유로 미뤄졌지만, 중학교 3학년 무렵, 그는 결심했다. “그때부터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예술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진학했어요.”

대학 시절, 그는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뿜는 학생’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 에너지의 원천은 오히려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전 에너지가 많은 편인데, 혼자 있을 땐 오히려 꺼지는 스타일이에요. 켜질 땐 확 켜지고, 꺼질 땐 툭 꺼져요.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하죠.”

드라마에서도 그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브라운관에서의 연기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자연스럽게 연기한다는 게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상대 배우를 도와주는 정확한 리액션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홍나현에게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더 라스트맨〉은 유독 각별하다. “고립된 공간에서 혼자 살아가는 자립준비청년 역할을 맡았어요. 매일 같은 대본인데도 내가 설정한 캐릭터에 따라 말이 달라져요. 그래서 매회 전혀 다른 공연이 되죠.”

그는 실수마저 무대로 품어 안는 태도를 이 작품에서 더욱 단단히 익혔다. “소품이 떨어졌을 때, 그냥 넘기지 않고 캐릭터 상황으로 흡수했어요. 실수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죠.”

별명 ‘콩알’은 뮤지컬 〈앤〉에 출연할 당시 생겼다. “처음 등장할 때 씩씩하게 걸어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어떤 분이 ‘콩알이 굴러나오는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의 작은 체구와 단단한 존재감은 지금의 배우 홍나현을 상징하는 또 다른 표현이 됐다.

요즘은 팬들과도 더욱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어린이 팬에게 DM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요즘은 ‘언니 답장 한 번만 해주세요’ 같은 귀여운 메시지가 많아요.” 하지만 그는 퇴근길 인사에는 신중한 편이다. “공연 직후 관객이 자신의 감상을 온전히 간직한 채 돌아가셨으면 해요. 제가 그 감상에 정답처럼 영향을 줄까봐 조심스러워요.”

앞으로의 꿈을 묻자, 그는 “10년 뒤엔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답했다.

“배우 언니들 중 결혼하고도 주체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되게 안정돼 보여요. 저도 제 아이에게 그런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물론 무대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예요.”

팬들을 향한 마지막 인사도 잊지 않았다. “최근 팬 애칭을 ‘콩팥’으로 정했어요. 콩과 팥처럼 꼭 붙어 있는 세트이기도 하고, 신체에서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잖아요. 저에게 정말 중요한 존재들이라는 뜻이에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심으로 순간을 채우는 배우 홍나현. 무대 위에서 진심을 다하는 그에게 관객들은 여전히 따뜻한 조명을 비추고 있다.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Author: NEWSPIC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