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명말: 공허의 깃털’, 전투·탐험 조화 이룬 소울라이크 수작

[리뷰] ‘명말: 공허의 깃털’, 전투·탐험 조화 이룬 소울라이크 수작

길 가다 코너에서 적이 튀어나와 푹 찌른다. 익숙한 맛이다. 얼어붙는 설산, 독에 허우적거리는 늪지대, 표준 가시 함정과 물 빼기 기믹 역시 익숙한 맛이다. 이놈을 피해 도망가면 저놈이 튀어나와 윽박지르고, 포션이 모자라 허덕이며 도착한 곳에 ‘세이브 포인트’가 보이는데, 딱 봐도 센 놈이 서 있다. 익숙한 맛. 그러나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맛이 틀림없다.

이 게임의 맛은 안정적이다. 때로는 조금 매콤하면서도 톡 쏘고, 때로는 역한 냄새가 나서 토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먹게 되는 그 맛, 고향의 맛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명나라 말기 시대상황이 반영돼 혼란한 정세가 표현되면서도 기독교, 불교, 도쿄 등 온갖 철학들이 함께 어우려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면서도 게임은 중국 특유의 문화와 개발 기법 등이 덧붙여져 일부 색다른 모습이 공존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게임은 충분히 재밌다. ‘명말: 공허의 깃털’(이하 명말) 은 약 6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고, 기꺼이 회차 플레이를 시작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소울라이크 팬들이라면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구매해도 무방하다. 좀 더 자세한 정보가 궁금한 유저들을 위해 게임 이야기를 풀어본다.

▲명말의 인트로 화면, 게임 진행도에 따라 변경된다

한 번 실수에 황천길, 손에 땀을 쥐는 보스전

우선 보스 전투에서는 상대 공격이 빠르고 강하다. 대다수 패턴에는 심리적 함정이 있다. 상대가 소위 ‘낚시성 패턴’을 자주 써서 이를 무시하고 때리다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스의 기본 콤보는 유저가 포션을 먹는 상황을 상정해, 포션을 먹는 타이밍까지 계속해서 두들겨 패는 설계다.

▲돌진 찌르기 타이밍에 회피를 하려 했는데 뒤에서 습격한다. 회피 타이밍이 엇나가면 HP가 절반 이상 날아간다

이로 인해 상대의 모든 패턴을 다 피한 뒤에야 포션을 먹을 수 있다. 좀처럼 참기 어려운 상황들이 다소 자주 나온다. 결국 ‘맞으면서 배우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학습’이 완료되면 보스를 잡을 수 있도록 게임은 설계돼 있다. 아래 영상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스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잠깐 한눈 팔면 그대로 죽는다.

▲회피 타이밍을 한 번 실수했는데 죽었다. 전체 80% 체력이 단 한콤보에 날아간다

중반부 부터는 이 패턴이 점점 강화된다. 소위 보스를 향해 “너만 게임하냐”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때릴 만하면 상대가 도망가거나, 낚시성 광역 패턴을 남발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에 보스의 공격 중 약한 공격이 올 때 이를 맞아가며 받아치고 콤보로 연결하는 방식이나, 도망치는 적을 구석에 몰아넣고 쉬지 않고 때리는 방식이 유효하다.

딜레이 캐치후 스킬 활용 콤보가 핵심 

전투 방식은 특정 동작(주로 회피)을 하면서 스킬 게이지를 모으게 된다. 스킬은 한 방, 한 방이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따라서 상대 연속 공격을 계속 회피하고, 안전한 타이밍에 스킬을 넣으며 이어지는 콤보를 때려 넣는 방식이 정답에 가깝다.

스킬은 초반에 상대를 경직시키는 용도로 사용되거나, 원거리 적을 견제하거나, 순간 무적으로 공격을 피하거나, 평타 이후 후딜레이 캔슬 콤보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마다 각기 다른 플레이 스타일과 콤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위 영상은 게임 초반부에 등장하는 히든 보스다. 가만히 있으면 하루 종일 때리는 녀석이다. 기자의 경우 도끼를 들고 ‘체력 흡수(피흡)’ 위주로 진행했다. 회피를 하며 스킬 게이지를 채우고, 주로 상대 약한 공격 타이밍에 맞춰 카운터로 스킬을 쓴다. 올려치기형 공격인데 인간형 적이 맞을경우 공중에 붕 뜬 뒤에 대경직을 유도한다. 이에 맞춰 평타 콤보로 체력을 채우는 형태로빌드를 짰다.

대신, 스킬을활용해 공중으로 띄워 계속 몰아치고 나면 스태미너가 없다. 이 타이밍에 회피하고 포션을 마시며 다시 스태미너를 회복하다가, 타이밍을 보고 올려치는 식으로 싸웠다.

▲같은 공격을 3회 반복하기 때문에 저스트 회피하면서 스킬 게이지를 쌓기 쉬운 보스다. 이후에  스킬 콤보와 함께 벽쪽으로 몰아넣고 풀딜을 박아넣을 수 있다. 몰아칠때 딜량을 확인해보자.

물론 기존 소울라이크처럼 회피-평타로도 충분히 사냥이 가능하나, 비교적 난도가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미굴 구조’ 맵에 곤욕

탐험 면에서 게임은 크고 넓은 지역을 다룬다. 각 맵은 일종의 개미굴 구조로, 한 방향으로 쭉 직진하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도록 연결돼 있다. 여기에 방과 방을 연결하는 숏컷이나, 사다리로 높낮이 구조를 줘서 방을 연결하기도 한다. 여기에 미스디렉션 기법을 활용하고, 기시감을 일으키는 맵들을 대거 배치해 길을 헤매도록 게임은 세팅한다. 대체로 필드 몬스터 난도는 높지 않으나 긴 동선탓에 난도가 오르는 구조다.

특히 일부 맵은 실제 중국 지역에서 존재하는 건물들을 게임으로 옮긴 경우도 다소 있다. 즉, 게임을 위한 동선이 아니라 현실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한 동선이 많아 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잠깐 한눈을 팔면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오기 쉬우므로,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맵 요소마다 숏컷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를 눈치채지 못하면 굉장히 먼 거리를 수차례 반복해서 이동해야 하며, 히든 아이템이나 사이드 스토리 진행을 위한 아이템을 파밍하기 위해서도 긴 동선을 이동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후반부맵에 등장하는 엘리베이터다. 이 것이 엘리베이터인지 눈치채기까지 한참 걸려 맵에서 시간을 다소 소비했다

대체로 세 갈래 길이 있다면, 하나는 보스전, 하나는 히든 아이템(주로 무기 강화나 포션 강화), 다른 하나는 숏컷일 확률이 높다. 여기에 길이 하나 더 추가될경우에는 사이드퀘스트를 진행하거나, 진엔딩에 영향을 주는 장소일 확률도 높다. 이와 함께 맵 전반에 사다리가 더해지거나 엘리베이터가 나오기도 하며, 나무를 쓰러뜨려 숏컷을 만들 수도 있다. 주변을 면밀히 관찰하자. 일단 사다리가 보이면 내려가보는 것이 현명하다.

▲얼핏 보면 정면에 작은 문이 길일것 같지만 아니다. 왼쪽 건물로 올라가서 다리를 타고 한바퀴 빙 돈 다음에 다리를 건너 오른쪽 건물로 간다. 오른쪽 건물에서 다시 3층 계단을 올라선다음에 지붕에 숏컷이 있는 식이다

맵 진행 방식은 기존 소울류와 유사하다. 단, 대체로 맵 동선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달려서 스킵하는 방식의 플레이를 추천한다. 갈림길이 나오면 일단 뛰어가서 확인한 뒤, 중요 아이템이 있을 경우에만 파고드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처음부터 모든 적을 잡아가다 보면, 다음 신단(세이브 포인트)에 있는 거대 몬스터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각양 각색 맵들이 유저들을 반긴다

맵 디자인은 있을 건 다 있는 편이다. 유저들이 사랑하는 지하 동굴, 광산, 거미굴, 독 늪지대, 설산,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맵도 존재한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난이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나, 소위 ‘낚시성 배치’가 곳곳에 숨어 있어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유저를 견제한다. 분노 게이지가 끝까지 차오르는 맵들이 다소 존재한다.

게임에는 기존 불, 얼음, 독, 부패 등과 같은 속성이 그대로 존재하며, 이를 발생시키는 적들도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특히 실심 상태이상의 경우 누적되면 그대로 나무 뿌리에 관통당해 즉사하는데, 애매한 위치에 서서 상태이상을 누적시키는 중형 몬스터들이 다수 출현한다. 이 때 유저가 획득하는 방어구중에, 물리 방어력이 높은 방어구들이 실심저항력이 낮다. 아무 생각없이 가다가 그냥 죽는 경우가 잦으므로 주의하다. 게임하기 전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준비해,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기직전에 하나씩 먹자.

▲하늘 위에 메달려 있다가 방심하면 습격하는 적

특히 게임은 특정 상황에서 시나리오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유도하거나, 히든 스테이지를 과도하게 숨겨두는 등 적지 않은 함정을 깔아뒀다. 모든 선택은 신중하게 하자. 기자의 경우, 아무 생각 없이 몇몇 선택지를 눌렀다가 크게 한탄했다. 맵을 꼼꼼히 뒤져서 파밍을 다 해놓고도, 결국 써먹지 못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

전략성 가미된 육성 플랜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육성 부분이다. 선협 스타일 코드와 소울라이크의 성향이 결합됐는데 이로 인해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난해한 육성 구조를 포함한다. 기존 소울라이크처럼 적을 죽여 경험치를 획득하고, 이 경험치를 활용해 레벨을 올리는 것은 동일하다. 그런데 레벨 개념이 일종의 퍽형태(적수은 정수)로 구성돼 원하는 능력치를 찍는 형태로 게임은 동작한다. 능력치를 찍으면 부가 스탯이 증가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엔딩을 본 뒤에도 추가 플레이를 통해 100레벨 까지 육성했으나 여전히 스킬 트리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육성시 주의해야 할 점은 스탯 분배다. 힘을 하나 올린다고 해서 힘만 오르는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저항력도 같이 오르는 방식이다. 또, 필요 없는 속성이지만 트리를 타고 오를 때 필요한 속성이나 스킬을 찍을 수 있는 경우가 다소 있어 신중한 투자를 요구한다. 다행히 게임은 언제든 스탯 분배를 리셋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 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스탯을 찍었다 빼는 형태로 계속해서 플레이 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초반부를 넘기고 나면 각 몬스터들이 물리 공격 뿐만 아니라 상태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이로 인해 상태 이상치에 대응하고자 저항력을 위주로 빌드를 바꾸는 것과 같은 플레이를 권장 한다.

▲활력퍽을 1개 찍었는데 방어 속성과 저항력이 오른다. 피해 감면 수치를 주의해서 올려야 한다. 따지고 보면 필요스탯 1을 올려주는 것 보다 불필요스탯5를 올려주는 퍽이 효율이 더 높다. 물리 전사로 육성한다고 할지라도 힘+1 퍽보다 주술+5 퍽이 훨씬 효율이 높다

게임에는 총 5개 무기 스킬 트리와 1개 부가트리 존재한다. 대체로 무기와 스킬에 따른 구분으로 정리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우선 도끼는 힘과 활력(HP), 체력(스태미너) 등을 위주로 업그레이드를 해 나가는 빌드다. 버티다가 한 방 대미지로 몰아치는 스타일이다.

장도는 ‘몬스터헌터’시리즈에 등장하는 태도를 연상하면 편하다. 힘무기이면서도 중단으로 베어 가르거나, 사이드 스탭으로 한 발 옮겨서 때리는 등 공격 움직임이 자유롭고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쌍도는 민첩위주로 편성된 무기다. 빠른 속도로 연타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이로 인해 상대방에게 속성 대미지를 누적시키기에 용이하다. 주요 공격중에는 상대방에게 탄환을 발사해 경직을 유도한 뒤에 공격하는 스타일이 있어 필드 전부에 유리하나, 대형 몬스터나 방어력이 단단한 몬스터를 사냥할 때 곤란한 점이 단점이다. 

▲게임 도움말에서 각 무기별 콤보나 스타일을 확인할수 있다

장창은 소울류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손맛을 제공해줄 무기로, 상대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받아치듯이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후에 돌격하면서 강렬한 콤보를 꽂기에 좋고, 패턴을 보면서 게이지를 모아 한 방 대미지를 넣기에도 유용하다. 단, 공격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며 스태미너 소모가 크기 때문에 치고 빠지기를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적합하다.

한손검은 무기 자체 대미지는 높지 않으나 파생 공격들이 강하다. 술법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선호할만한 무기다. 무기 기술을 방어형으로 채택해 무적 회피기술을 발송하는 형태로 방어하고, 공격시 무기 옵션을 활용해 술법대미지를 강화한다음 한 방 대미지를 노릴 수 있다. 빌드를 연구하는 재미를 느끼벼고 싶은 유저들이라면 가장 선호할만한 빌드다. 

▲술법과 우화를 수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각기 다른 특성이 존재해 연구할 가치가 있다

이 외에 우화 트리와 술법 트리가 존재한다. 술법은 그 자체로 강력한 대미지 딜링 스타일이며, 우화는 특정 버프와 디버프를 발동시켜 시너지를 내는형태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기자는 힘위주로 세팅을 한 관계로 술법수가 적은 편인데도 약 30여개 술법과 우화를 모았다. 무협게임답게 하늘로 솟구치면서 기술을 쓰거나, 뒤로 크게 도약해서 쓰기도 하며 광역으로 몰아치는 등 다양한 스킬들이 존재하므로 이를 활용해 나만의 빌드를 짜볼 수 있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이야기

게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명말’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명나라가 쇠퇴하고 청나라가 건립되기 직전의 상황을 다룬다. 양 대  세력들이 미친듯이 싸우는 과정에서 나라는 피폐하다. 탐관오리가 판을 치고, 왕권을 세습한 국왕은 굳건한 신념이 있으나 힘이 없다. 이러한 상황엥서 우환이 발생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게임에 담는다. 동시에 주인공의 이야기 또한 함께 진행되는 편이다. 

▲게임 속 등장인물과 스토리텔링은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가상으로 채용한 경우가 다소 있다

스토리라인 곳곳에 실제 명나라 말기에 생존했던 인사들이 대거 등장해 시대 상황을 관통하는 대사들을 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한 문구들을 내뱉는다. 명나라의 역사를 잘 아는 이들이라면 이 상황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나 모르는 유저들이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깨닫기 힘들 수 있다. 실제 게임에서 등장하는 케이스는 아니나, 우리나라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무 생각 없이 죽였는데 알고보니 이순신 장군님일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요청을 들어줬는데 이완용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게임은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결과가 나온 뒤에야 이를 설명하며, 이것이 게임 스토리라인에 영향을 미친다. 

스토리라인 역시 이와 같은 형태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여러 비밀을 안고 있어 각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 간다. 소위 여러 ‘플래그’가 공존해 스토리라인을 확정하기 힘든 상황에서 게임은 선문답을 던지는 편이다. 엔딩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해답이 명쾌하게 돌아가고, 그 상황에서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각 대사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애초에 주인공이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을 때 공감이 가는 대사들로 구성되는 형태여서 1회차 플레이에서는 스토리라인이 허술해 보이나, 2회차 플레이에서 비로소 스토리라인이 제갈길을 찾는다. 다회차 플레이를 원하지 않는 유저들이라면 이 상황이 답답할 수 있다. 

▲ 방어력이 낮은 대신에 저항력이 높은 복장이다. 의도한 코디는 아니며, 성능면에서 탁월해 생존을 위해 입었다

‘명말’, 전투·탐험 조화 이룬 소울라이크 수작

‘명말’은 약 50시간 동안 농밀한 재미를  선사하는 소울라이크 수작이다. 복잡한 길을 뚫고 특정 지점에 도달했을 때 안도감, 난도 높은 보스들의 패턴을 파훼하고 결국 쓰러뜨렸을 때 쾌감, 조금씩 성장하는 묘미 등 소울라이크의 핵심 콘텐츠들을 잘 살린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중국 선협식 코드를 결합해 독특함을 살렸는데, 초반에 적응하기 어려우나 점점 적응하면서 그 맛을 알아갈 수 있다. 

게임은 모든 형태에서 방대하다. 넓고 긴 맵, 약 300여개가 넘는 성장 퍽, 백여개에 가까운 스킬들과 정체모를 아이템들이 곳곳에서 튀어 나온다. 이를 활용해 게임을 좀 더 쉽게 풀어가거나, 나만의 빌드를 꾸밀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저 구르고 때리는 것으로도 클리어 할 수 있으나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셈이다.

▲NPC들의 외형 또한 미형이면서도 특유의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들이 다소 등장한다

반면, 유저들이 선호하는 아이템 파밍의 재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각 트리별로 파밍가능한 무기 갯수가 많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고난을 뚫고 상자를 열었을때 어마어마한 무기가 나와서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 적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강화요소로 이를 대신하기는 했으나 팬들이 고대하던 만족도는 아니다. 대신 여러 무기가 존재하므로 이를 돌려가면서 쓰는 재미로 치환됐다. 

그래픽적 요소는 중국의 자연환경을 살리고자 노력한 점은 있으나 전반적인 퀄리티는 높지 않은 편이다. 길고 넓은 맵동선안에 꽉들어찬 게임을 만들면서도 그 안에서 온갖 이펙트를 뿌려대는 전투를 우선시 했다. 프레임을 유지하고자 그래픽 퀄리티를 어느 정도 타협한 것으로보여 아쉬움이 남다.

▲연출과 이펙트면에서 훌륭하나,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보스전은 만족스럽다. 기자는 대다수 보스들을 사냥한 상태에서 나오는 평가로, 정작 보스들을 마주했을때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선 상황이 자주 있다. 미친듯이 패턴을 남발하는데 손을 대기도 어려울 정도인 보스들이 다수 출현해 이를 파훼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잦았다. 대신 이 상황을 한두번 경험하다보니 노하우가 쌓였고, 그 문법을 이해한 이후에는 게임 난도가 쉬워 보이는 경향도 있다. ‘혼자 노는 보스’에서 인식을 전환해 ‘유저가 스킬 게이지를 쌓을 수 있도록 회피 찬스를 제공하는 보스’로 인식이 전환되는 시점이 왔고, 이러한 시점 하에서 보스전은 잘 설계된 패턴을 보이는 보스들로 보이기도 했다. 

플레이 과정에서 보스에게 두들겨 맞고 새벽에 잠들었다가 잠결에 빌드가 떠올라 테스트해보고 몇 트라이 만에 보스를 때려 잡는 순간을 경험했고, 문득 가지 않은 길이 떠올라 방문했다가 진엔딩에 도달하기 위한 히든 아이템들을 발견했으며, 가다가 포기한 길을 다시 찾아갔더니 히든 퀘스트와 보스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게임은 계속해서 도전하는 유저들에게 뭔가를 내어 준다. 

▲이 산이 아닌가? 저 아래인가? 아니면 뒤로 가야하나? 아니면 아까 그 건물인가? 건물에서 무엇을해야하나? 머릿속이 복잡하자

게임의 단점들도 적지 않다. 과도하게 미스디렉션을 활용한 맵들이 다소 있고, 일부 신단(일종의 세이브 포인트, 화톳불)의 거리가 너무 길어 고된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신단과 보스사이의 길이 너무 길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또, 스토리라인을 진행하나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잦고, 여러 방법으로 유저들의 진엔딩을 방해하는 등 불편한 상황이 다소 존재한다. 이것이 동기 부여가 돼 2회차를 진행하게 만드는 역항를 수행하는 것은 맞으나, 이를 악물고 기를 쓰면서 힘든 모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나오는 상황치고는 그리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들은 소울라이크 장르의 특성으로 비견해보면 용인되는 부분들이 다소 있다. 잔혹한 세상에서 비밀을 품은 세계를 탐구하며,  난도 높은 전투와 맵 탐험을 즐기는 재미는 이 장르의 특징 아닌가. 이 재미를 아는 유저들이라면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장르가 낮설고 달갑지 않은 이들이라면 여러 방면에서 좌절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고생 끝에 세이브포인트에 도달했을 때 그 재미는 더할나위 없다. 매 번 복장이다른 이유는 매 번 필드에서 다른 속성을 가하는 적들이 튀어나오고, 이에 맞춰 방어력과 속성 저항력을 타협하기 위해 연구한 결과다

‘명말’을 플레이하는 시간 동안은 괴롭지만, 결국 즐거운 모험이었다.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갈 때, 그리고 결국 목표에 도착해 보스를 쓰러뜨렸을 때 쾌감은 두말할 필요 없다. 지금까지 소울라이크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다수 발매됐지만, 대다수 작품들이 나사가 빠져 있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긍정적인 부분 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부각되는 게임들이 적지 않다.

‘명말’은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더 많은 작품으로 장르 마니아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DLC나 2탄이 나온다면 기꺼히 구매할 의사가 있으며, 당연히 밤을 세워 플레이할 예정이다.

Author: NEWS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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