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5% 하향에 “韓 같은 과정 밟을 것” vs “안 내려주면 어쩌나”
한일, 車 높은 대미흑자 비중·비관세 장벽 등 유사 환경 놓여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자동차산업 분야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22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를 절반으로 하향 조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차 및 농산물 시장 개방 요구를 받아들여 이러한 관세 조정을 끌어낸 만큼,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국내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 철폐 등 미국 측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초점을 맞춰온 미국 자동차 관세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부과한 25%의 관세를 절반인 12.5%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수입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기존 2.5%를 합친 15%로 합의됐다.
일본 정부는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상호관세에 더해 자동차 관세 인하까지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대미 무역 흑자의 80%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겨냥해 일본 수입차 시장의 개방을 계속해서 요구하며 관세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거론해왔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 지프 등 미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2.8%로, 해외에서 역수입된 일본 브랜드 점유율(30.0%)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는 일본 소비자의 자국 브랜드 선호 심리와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크다. 이에 따라 미국 포드와 크라이슬러 등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한국의 최대 자동차산업 경쟁국인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에 성공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 가량 상승 중인데 일본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상호 관세 및 품목 관세를 낮춘 것과 관련, 한국도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처럼 자동차 관세를 낮추지 못할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일본업체(6개 브랜드)와 한국업체(3개 브랜드)의 판매량은 각각 588만대, 220만대다.
한국의 현대차·기아와 일본의 도요타·혼다 등은 미국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모델의 차급이나 가격대가 비슷해 미국 시장에서 최대 라이벌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차량들이 관세 인하로 한국 차량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커질 경우 한국 자동차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수출 비중이 90%가 넘고, 미국에서 소형 모델의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한국GM은 존속 여부도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은 자동차 및 부품의 높은 대미 수출 비중으로 관세 여파를 크게 받고 있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수출 자동차 대수는 143만대(현대차·기아 101만대, 한국GM 41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한다.
여기에다 일본이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진행될 한국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일본과 같은 요구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기준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대미 무역흑자 비중은 전체 품목 중 가장 큰 71.9%로 집계되는 등 한국과 일본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또 암참(주한미국상공화의소)이 전기차(EV)와 관련해 보조금 수립 절차, 주행거리 시험 방식, 온실가스 감축기준 등을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하고, 미국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를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고 언급한 바 있어 자동차시장 개방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월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非)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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